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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일상·성장 기록

2장. 전화벨 한 통에 떨리는 가슴(육아일기)

by 엄격육아 2026. 6. 20.

2장. 전화벨 한 통에 떨리는 가슴

회사로 돌아온 오전

회사에 앉아 있는데, 머리는 일에 가 있지 않았다.

모니터 화면 속 숫자들이 그저 흘러갈 뿐이었다. 가끔 휴대폰 화면을 켰다 껐다 반복했다. 어린이집에서 연락은 없었지만, 혹시라도 놓쳤을까 봐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옆자리 선배가 내 모습을 보고 웃었다.

"오늘 은우 어린이집 첫날이랬지? 내가 너 마음 다 안다. 우리 딸 처음 보냈을 때 나도 하루 종일 저랬어."

선배의 한마디가 은근히 위로가 됐다.


"근데요 선배. 제가 이상한 거 아니죠? 애 보내놓고 이렇게 안절부절못하는 거.""이상하긴. 그게 정상이야. 오히려 그 반대면 문제지."

점심시간, 나는 구내식당에 내려가지 않고 자리에서 간단히 도시락을 먹었다.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올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동료들이 지나가면서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신경 쓰이지 않았다.

전화벨

정확히 12시 20분이었다. 내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어린이집 이름이 뜨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떨리는 손으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은우 어머님, 안녕하세요. 어린이집입니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내 귀에는 그 차분함이 오히려 불안하게 들렸다.

"네, 네… 은우한테 무슨 일 있어요?"

선생님은 잠깐 웃음소리를 내셨다.

"아, 많이 놀라셨죠. 큰일은 아니에요. 은우가 처음이라 그런지 밥을 잘 안 먹으려고 하네요. 혹시 평소에 좋아하는 반찬이나 간식이 있을까요?"

아, 별일이 아니었구나.

그제야 안도의 숨이 나왔다. 동시에 왠지 모를 부끄러움도 들었다. 고작 밥 안 먹는다는 전화에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던 내 반응이 우스워졌다.

세심한 선생님


"은우가 집에서는 계란말이랑 멸치조림을 잘 먹어요. 그리고 과일은 딸기를 좋아하고요.""아, 알겠습니다. 오늘 간식으로 딸기 좀 더 챙겨드릴게요. 그리고 내일부터는 어머님이 챙겨주시는 반찬 한두 가지 더 넣어주셔도 돼요. 처음에는 익숙한 음식이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거든요."

그 말에 순간 울컥했다.

단순히 밥을 잘 먹이려는 게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챙기고 있는 거였다. '익숙한 음식이 있으면 안정감을 느끼거든요.' 그 짧은 한 문장에서 나는 선생님의 철학을 엿봤다.


"네, 감사해요 선생님. 내일부터 준비해서 보낼게요.""그리고 걱정 마세요. 은우가 밥은 조금 안 먹었어도 놀이는 잘 참여하고 있어요. 오전에 블록으로 기차를 만들었는데, 끝까지 집중해서 만들었답니다."

통화를 끊고 나서, 나는 잠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마음이 묘하게 따뜻해졌다. 아이를 맡긴다는 건 걱정되는 일이지만, 이런 선생님께 맡긴다면 조금은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퇴근 후

5시 정각, 나는 회사를 뛰쳐나왔다.

평소라면 30분은 더 앉아 있다가 퇴근하는데, 오늘만큼은 조금도 더 참을 수 없었다. 어린이집까지 가는 길이 왜 그렇게 멀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어린이집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우가 나를 발견하고 달려왔다.

"엄마!"

나는 무릎을 굽히고 은우를 꼭 껴안았다. 하루 종일 참았던 감정이 그제야 조금 풀어지는 것 같았다.

"오늘 잘 지냈어?"

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이야기를 묻고 싶었지만, 은우는 피곤했는지 내 품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첫날이라 긴장한 탓도 있었을 것이다.

가방을 챙기며 선생님께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여쭤봤다.

"처음엔 조금 낯설어했지만, 친구들이랑 놀이하면서 점점 적응하는 모습이었어요. 낮잠 시간에는 인형을 꼭 안고 잤어요. 내일은 더 편해질 거예요."

그 한마디에 어깨의 힘이 풀렸다. 선생님께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리고, 나는 졸린 은우를 안고 어린이집을 나섰다.

집으로 가는 길

집으로 가는 길, 잠든 은우를 뒷좌석 카시트에 태우고 운전을 했다. 신호 대기 중에 거울로 은우의 얼굴을 바라봤다. 낮잠 자던 그 자세 그대로 또 잠들어 있었다.

'오늘 하루, 누군가가 내 아이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돌봐주고 있었구나.'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우 데리고 집 가는 중이야.""애는 어때?""차에서 잠들었어. 선생님이 얘기해 주셨는데, 오늘 밥은 좀 적게 먹었대. 근데 놀이는 잘했다고.""다행이네. 당신은 어때?"

남편의 질문에 나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나도… 괜찮아. 아니, 사실 오늘 하루 엄청 긴장했었어. 근데 선생님이 전화 주셨는데,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되더라.""어떤 분이길래?""글쎄,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데. 그냥 우리 딸을 진심으로 봐주시는 분 같아."

전화를 끊고, 나는 차를 천천히 몰았다. 평소라면 빨리 가고 싶었을 퇴근길인데, 오늘은 이상하게도 천천히 가고 싶었다. 잠든 은우의 숨소리를 오래 듣고 싶었다.


👨 아빠의 한 줄아내 전화를 받으면서 느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건 아이에게도 복이지만, 부모에게도 정말 큰 축복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