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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일상·성장 기록

울고 싶은 건 나였다 — 등원 첫날의 기록

by 엄격육아 2026. 6. 12.

1부. 두 번째 엄마를 만나다


처음 아이를 맡기고 돌아서는 그 길에서,우리는 비로소 두 번째 엄마를 만나게 됩니다.

 

결정의 밤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적어도 세 돌까지는 집에서 데리고 있으려 했다. 친정 엄마가 가끔 와서 도와주셨고, 남편도 육아에 적극적인 편이라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은우가 두 돌 무렵이 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어느 날, 놀이터에 나갔는데 은우가 또래 아이들 무리에 끼지 못하고 계속 내 다리 뒤에 숨었다. 다른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모래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은우는 그 광경을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볼 뿐이었다. 순간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우리 아이가 또래와 어울리는 법을 모르고 있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여보, 우리 은우 어린이집 보내는 거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

남편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도 요즘 같은 생각 했어. 은우가 집에서만 놀다 보니까 좀 답답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날 밤, 우리는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이유, 보내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번갈아 적어봤다. 종이 한쪽이 어느새 더 길어졌다. 보내야 하는 이유가 훨씬 많았다.

그런데도 결정을 내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머리로는 이해가 됐는데, 마음이 따라오지 못했다. 나는 잠든 은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몇 번이나 망설였다.

어린이집 선택

다음 날부터 어린이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 근처에 있는 곳부터 차로 10분 거리까지, 모든 곳을 리스트에 적었다.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후기도 꼼꼼히 읽었다. 같은 어린이집인데도 엄마들마다 평가가 달라서 혼란스러웠다.

주말마다 남편과 함께 어린이집을 방문했다. 첫 번째로 간 곳은 규모가 큰 브랜드 어린이집이었다. 시설은 깨끗했지만, 교실이 너무 크고 아이들이 많았다. 상담을 맡은 원장 선생님은 친절했지만, 말씀하시는 내내 프로그램과 커리큘럼 이야기만 하셨다.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들었다.

두 번째 어린이집은 규모가 작은 가정형이었다. 원장 선생님이 직접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계셨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한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주시는 중이었다. 그 모습에 남편과 나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어린이집도 돌아봤다. 세 번째는 시설은 좋았지만 집에서 거리가 너무 멀었고, 네 번째는 선생님들이 아이들보다 서류 작업에 더 집중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우리는 두 번째 어린이집을 선택했다. 시설은 첫 번째보다 소박했지만, 아이를 향한 선생님들의 시선이 달랐다.

"여기면 은우도 편하게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

남편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 4시의 불안

등원 일주일 전부터 나는 매일 밤잠을 설쳤다.

'아이가 울면 어떡하지.'

'밥을 안 먹으면 어떡하지.'

'선생님이 생각만큼 잘 안 챙겨주시면 어떡하지.'

머릿속에서 온갖 시나리오가 돌아갔다. 어느 새벽 4시, 나는 결국 침대에서 일어나 은우의 방문을 살짝 열었다. 은우는 인형을 꼭 껴안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 작은 얼굴을 바라보는데 왜 그랬는지 눈물이 났다.

'며칠 뒤면 이 아이가 내 손을 떠나는구나.'

물론 반나절뿐인 이별이다. 점심 먹고 데리러 가면 금방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런데도 그 짧은 시간이 왜 이렇게 크게 느껴지는지. 나는 한동안 은우의 방에 서서 그 아이의 숨소리를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남편이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아직 보내지도 않았는데 벌써 저러면 어떡해.""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남편도 눈이 조금 붉어져 있었다.

첫날 아침

등원 첫날 아침. 나는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은우의 가방을 벌써 세 번째 확인했다. 여벌옷, 기저귀, 물통, 이름표를 단 손수건, 아이가 좋아하는 작은 인형. 모두 제자리에 있었다. 그래도 또 확인하고 싶었다.

6시쯤 남편이 일어났다. 그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면서 여느 때보다 조용했다.



"긴장돼?""응. 솔직히 많이.""나도 그래."

아침 7시, 은우가 일어났다. 평소처럼 해맑은 얼굴로 "엄마!" 하고 부르는데, 그 목소리에 나는 괜히 울컥했다.

은우에게 어린이집에 가는 날이라고 여러 번 설명했지만, 아직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정확히 이해하지는 못하는 눈치였다. 우리가 준비하는 분위기를 보고 어딘가 놀러 가는 줄 아는 것 같았다.

8시 30분, 우리 세 사람은 함께 어린이집 앞에 도착했다. 원래 남편은 출근 때문에 바로 회사로 가야 했지만, 오늘만은 함께 가주겠다고 했다.

마지막 5미터

어린이집 건물이 보이는 순간, 은우가 문득 내 손을 꽉 잡았다.

어리지만 뭔가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느낀 모양이다. 가던 걸음이 조금 느려졌고, 평소에 잘 보이지 않던 긴장한 표정이 얼굴에 스쳤다.

"은우야, 오늘부터 여기서 친구들이랑 놀 거야. 선생님도 있고."

은우는 말없이 나를 올려다봤다. 그 눈빛이 꼭 '엄마 나 여기 왜 왔어?'라고 묻는 것 같았다.

'혹시 지금이라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마음 한편에서 그런 소리가 올라왔다. 하지만 한번 다짐한 이상 뒤돌아설 수는 없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어린이집 문을 열었다.

그때 한 선생님이 다가왔다.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은우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혔다.

"안녕? 은우야. 우리 오늘 친구들이랑 재미있게 놀까?"

은우는 나를 한 번 올려다보더니, 다시 선생님을 바라봤다. 선생님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은우를 안심시키며 작은 인형 하나를 건넸다.

"이 인형이 은우랑 친구가 되고 싶대. 은우가 이름 지어줄래?"

은우는 조심스럽게 인형을 받아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요하지 않는 태도, 자연스럽게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방식. 그 짧은 순간에 나는 한 가지를 직감했다.

'이 선생님이 우리 딸의 두 번째 엄마가 되어 줄지도 모르겠다.'

은우가 선생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나는 한참 동안 바라봤다. 아이는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게 서운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기도 했다.

어린이집을 나와 주차장으로 가는 길, 남편이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괜찮아?""응… 아니. 사실 잘 모르겠어."

차에 올라타자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남편은 말없이 조수석의 내게 티슈를 건넸다.


"이상하지. 고작 몇 시간 떨어지는 건데 왜 이렇게 속상한지.""너만 그런 거 아니야. 나도 회사 가기 싫어."

그렇게 은우의 어린이집 생활이, 그리고 나의 새로운 육아가 시작되었다.


👨 아빠의 한 줄아내가 차 안에서 우는 걸 보면서, 나는 그때 처음 깨달았다. 육아에서 진짜 어려운 건 아이를 돌보는 일이 아니라, 아이를 놓아주는 일이라는 걸.